환자 곁 지킨 전공의, 배신자 낙인찍는 의사들

입력 2024-03-07 18:39   수정 2024-03-14 16:47

의료 현장에 남아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참의사’라고 조롱하는 글이 의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사직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를 비난하고 이들을 색출하는 사례까지 나오자 경찰은 협박성 댓글 등에 강경대응하기로 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와 의대생이 이용하는 한 커뮤니티에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를 병원별로 분류해 소속과 출신학교 등을 적은 글이 올라왔다. 일부 목록에는 이름 세 글자 중 두 글자가 공개되기도 했다. ‘실명제보는 무슨 과, 몇 년 차인지 정확히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OOO은 비등록으로 몰래 일하는 중’이라며 고발하는 글도 올라왔다.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료현장에 남은 교수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도 공유했다. 당직 등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교수를 ‘씹수’라고 칭하며 “(당직 선다고) 징징대지 말라”고 했다.

지난 3일엔 자신을 의대생이라고 밝힌 학생이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 SNS에 “동맹휴학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학생회로부터 전화를 받고 호출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해당 게시글에는 ‘복지부 공무원이냐’ ‘성인이 돼서도 눈치 보며 사냐’ 등 악성댓글이 달렸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것은 집단행동이 아니라 자율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의사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막상 사직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을 비난하고 조리돌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의료현장으로 복귀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복귀하지 못하는 전공의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 현황을 병원별로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런 우려에서였다.

경찰청은 이날 “전공의 실명을 게시하는 행위나 협박성 댓글은 형사처벌될 수 있는 엄연한 범죄행위”라며 “중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도 “젊은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료를 공격하는 것이 걱정스럽다”며 “정부는 (동료와) 다른 생각을 하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정민/조철오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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